문학(詩)

오래된 수첩을 정리하다 보면

해륭 2021. 1. 14. 20:19

  오래된 수첩을 정리하다 보면
  
 오래된 수첩을 정리하다 보면
 한때 내게는
 정말로 소중했던 이름들이,
 연락처가
 버려지고는 합니다.
 하루에도 몇번씩 통화했던 친구들,
 하루의 반 이상을
 얼굴 맞대며 지냈던 사람들,
 시간은 언제나 그렇듯이
 내 소중한 사람들의 존재를,
 기억들을
 내 마음속에서 조금씩
 사라지게 만들어 버립니다.
 늘~~
 내 수첩의 맨 위에 적혀있는 그 사람,
 어제는 낡은 수첩을 정리하다가
 그 사람의 이름을 지울뻔 했습니다.
 우리집 전화번호 보다도
 먼저 기억나는 전화번호이기에
 굳이 수첩 맨위에서
 그 이름과 연락처를
 지워 버린다 하여도
 크게 불편한 일은 없었겠지만...
 그렇습니다.
 이제 그 연락처조차도
 하도 오래전의 일이라
 그 번호를 눌러도
 그 사람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겠지만,
 난 끝내
 그 사람의 이름을 지우지 못하고
 새로 장만한 수첩의 맨 위에
 그 사람의 이름과
 연락처를 옮겨 놓았답니다.
 이제, 아주 먼
 과거의 일이 되어버린 그 사람,
 아주 오래전
 그 사람의 머리속에서,
 수첩에서
 지워져 버렸을 내 이름,
 하지만, 나 마저도
 그 기억을 놓아 버린다면
 이제 우리 사랑은
 세상에 아무일도 아닌 일이
 되어버리는 것만 같아서...
 오래된 수첩을 정리하다 보면
 지워지는 이름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내 수첩 속에
 빼곡하게 적혀있는 이름들은
 영원히 내 수첩 안에서,
 내 기억속에서
 지워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옮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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