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詩)

그런 날이 있었습니다.

해륭 2017. 9. 4. 22:40

그런 날이 있었습니다.
                     이정하
 

눈을 뜨면
문득 한숨이 나오는
그런 날이 있었습니다.
이유도 없이 눈물이 나,
불도 켜지 않은 구석진 방에서
혼자 상심을 삭이는
그런 날이 있었습니다.
정작 그런 날,
함께 있고 싶은 그대였지만,
그대를 지우다 지우다
끝내 고개 떨구는
그런 날이 있었습니다.
그대를 알고부터
지금까지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라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었지만,
사랑한다, 사랑한다며
내 한 몸 산산이 부서지는
그런 날이 있었습니다
할 일은 산같이 쌓여 있는데도
하루 종일 그대 생각에 잠겨
단 한 발짝도
슬픔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그런 날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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