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詩)

함께 있는 우리를 보고 싶다.

해륭 2016. 1. 21. 11:14

함께 있는 우리를 보고 싶다.
        도종환

우리가 함께 있는 모습을 보고 싶다.
함께 잡은 손으로 따스하게 번져 오는
온기를 주고 받으며 겉옷을 벗어
그대에게 가는 찬바람 막아 주고,
얼어붙은 내 볼을 그대의 볼로 감싸며
겨울을 이겨내는 그렇게 함께 있는
우리를 보고 싶다.
겨울 숲 같은 우리 삶의 벌판에
언제나 새순으로 돋는 그대,
이 세상 모든 길이
겨울 강처럼 꽁꽁 얼어붙어 있을 때
그 밑을 흐르는 물소리 되어
내게 오곤 하던 그대여....
세상 많은 사람들이
이제는 무엇을 하기에도
너무 늦은 나이라고 말할 때,
아직도 늦지 않았다고,
언제든 다시 시작할 수 있다고
조그맣게 속삭여 오는 그대,
그대와 함께 있는 우리를 보고 싶다.
너무 큰 것은 아니고
그저 소박한 나날의 삶을 함께하며,
땀 흘려 일하는 기쁨의 사이사이에
함께 있음을 확인하고,
이것이 비록 고통일지라도
그래서 다시 보람임을
믿을 수 있는 맑은 웃음소리로
여러 밤의 눈물을
잊을 수 있게 하는 그대여....
희망이여....
그대와 우리가 함께 있는
모습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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