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詩)

그런 날 있었는지,

해륭 2014. 9. 19. 09:17

    그런 날 있었는지,
                 김명기
   집으로 돌아가기 싫어
   가급적 아주 먼 길을
   돌아가 본 적 있는지.
   그렇게 도착한 집 앞을 내 집이 아닌 듯,
   그냥 지나쳐 본 적 있는지.
   길은 마음을 잃어
   그런 날은 내가 내가 아닌 것.
   바람이 불었는지.
   비가 내렸는지.
   꽃 핀 날이었는지.
   검불들이 아무렇게나
   거리를 뒹굴고 있었는지
   마음을 다 놓쳐버린 길 위에서
   들리지도 보이지도 않는 날,
   숨 쉬는 것조차 성가신 날,
   흐린 달빛 아래였는지.
   붉은 가로등 아래였는지.
   훔치지 않는 눈물이
   발등 위로 떨어지고
   그 사이 다시 집 앞을 지나치고
   당신도 그런 날 있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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