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詩)

생일파티

해륭 2013. 7. 13. 09:42

                                            생일파티
                                                       문정희
    싱싱한 고래 한 마리 내 허리에 살았네. 그때 스무 살, 나는 푸른 고래였지.

    서른 살, 나는 첼로였다네. 적당히 다리를 벌리고 앉아 잘 길든 사내의 등어리를 긁듯이 그렇게 나를 긁으면 안개라고 할까 매캐한 담배 냄새 같은 첼로였다네.

    마흔 살 땐 장송곡을 틀었을 거야. 검은 드레스에 검은 장미도 꽂았을 거야. 서양 여자들처럼....

    언덕을 넘어갔지. 이유는 모르겠어. 장하고 조금 목이 메었어.

    쉰 살이 되면 나는 아무 것도 잡을 것이 없어. 오히려 가볍겠지. 사랑에 못 박히는 것조차 바람결에 맡기고....

    모든 것이 있는데 무엇인가 반은 없는 쉰 살의 생일파티는 어떻게 할까? 기도는 공짜지만 제일 큰 이익을 가져온다 하니 청승맞게 꿇어앉아 기도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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