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詩)

남자 나이 쉰다섯

해륭 2013. 3. 29. 08:01
 
   남자 나이 쉰다섯
                       한옥순
  지나던 길에 꽃 한 송이 보았지.
  그 꽃 하도 예뻐 꺾어 보았지.
  어울리는 꽃병에 반쯤 물 담아 꽂아 두었지.
  몇 날 며칠을 바라만 봐도 참 행복했었지.
  바람 한 번 쏘이면 그 꽃 활짝 웃었지.
  햇볕 한번 쪼이면 수줍어도 했지.
  자꾸자꾸 바라보니 싫증도 났어.
  버려 버릴까 생각도 해 보았지.
  모두 잠든 밤중에
  12층 창 밖으로 던져 버렸지.
  그 꽃 내 손 놓지 않으려 안간힘을 썼지.
  근데 그게 꿈이었어.
  시든 꽃 모양을 하고
  잠든 아내의 축 늘어진 팔이
  내 목을 누르고 있었지.
  왠지 식탁 앞에
  아내 얼굴 바로 볼 수 없었어.
  낡은 구두 밑으로 밟히는
  노란 은행잎을 비켜가며 출근했지.
  빛 바랜 은행잎 하나 집어들었지.
  코트 주머니에 넣었어.
  공연스레 눈물이 나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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