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詩)

사랑의 길

해륭 2012. 6. 4. 10:43
 
 사랑의 길
       도종환
 나는 처음 당신의 말을 사랑하였지.
 당신의 물빛 웃음을 사랑하였고
 당신의 아름다움을 사랑하였지.
 당신을 기다리고 섰으면 
 강 끝에서 나뭇잎 냄새가 밀려오고
 바람이 조금만 빨리 와도
 내 몸은 나뭇잎 소리를 내며 떨렸었지.
 몇 차례 겨울이 오고 가을이 가는 동안
 우리도 남들처럼
 아이들이 크고 여름 숲은 깊었는데
 뜻밖에 어둡고 큰 강물 밀리어 넘쳐
 다가갈 수 없는 큰물 너머로
 영영 갈라져버린 뒤론
 당신으로 인한 가슴 아픔과
 쓰라림을 사랑하였지.
 눈물 한 방울까지 사랑하였지.
 우리 서로 나누어 가져야 할
 깊은 고통도 사랑하였고
 당신으로 인한 비어있음과
 길고도 오랠 가시밭길도 사랑하게 되었지.

'문학(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산길  (0) 2012.06.07
종이배 사랑  (0) 2012.06.05
해바라기 연가  (0) 2012.06.01
길(道)  (0) 2012.05.30
복구공사  (0) 2012.05.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