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詩)

아무일 없이

해륭 2020. 9. 4. 20:54

     아무 일 없이
             김명인
     
창밖엔 구름 조금,
어느새 먹구름 부풀어도
아무 일 없이 하루가 간다.
후두두둑 빗방울 져서
언덕길로 하나둘
우산들 오르내려도
땅거미나 갈아붙이니
일없이 완강한 하루,
묵혀두는 우물이란 없으니
오늘의 수위를 지키려고
누군가 치약처럼
얼룩을 짜 보태고 있다.
지울수록 안부가 궁금해져
어제 그제
어머니를 뵈러 가고 오던
풍기 인애의 요양병원,
그 언덕길에
피었던 꽃 지고 있던 양귀비,
꽃밥 위에 주저앉던 나비 한 마리
경계 문지르며 날아간 서쪽,
출처가 분명한 내 하루의
돌팔매들 던지면
금방이라도 실금을 받아 안을
허공 속 유리 물고기 한 마리,
아무 일 없다는 듯
지느러미 움찔거리다
제자리에 멈춰 있다.
내몰린 하루가 유리창 밖에서
오늘의 어둠 더미로 고여 썩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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