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詩)
아무 일 없이 김명인 창밖엔 구름 조금, 어느새 먹구름 부풀어도 아무 일 없이 하루가 간다. 후두두둑 빗방울 져서 언덕길로 하나둘 우산들 오르내려도 땅거미나 갈아붙이니 일없이 완강한 하루, 묵혀두는 우물이란 없으니 오늘의 수위를 지키려고 누군가 치약처럼 얼룩을 짜 보태고 있다. 지울수록 안부가 궁금해져 어제 그제 어머니를 뵈러 가고 오던 풍기 인애의 요양병원, 그 언덕길에 피었던 꽃 지고 있던 양귀비, 꽃밥 위에 주저앉던 나비 한 마리 경계 문지르며 날아간 서쪽, 출처가 분명한 내 하루의 돌팔매들 던지면 금방이라도 실금을 받아 안을 허공 속 유리 물고기 한 마리, 아무 일 없다는 듯 지느러미 움찔거리다 제자리에 멈춰 있다. 내몰린 하루가 유리창 밖에서 오늘의 어둠 더미로 고여 썩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