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詩)

해장국

해륭 2017. 6. 27. 22:56

해장국
         도종환

사람에게 받지 못한 위로가 여기 있다.
밤새도록 벌겋게 달아오르던 목청은 식고,
이기지 못하는 것들을 안고 용쓰던 시간도 가고,
분노를 대신 감당하느라 지쳐 쓰러진 살들을
다독이고 쓰다듬어줄 손길은 멀어진 지 오래.
어서 오라는 말,
안녕히 가라는 말,
이런 말밖에 하지 않는
주방장이면서 주인인
그 남자가 힐끗 내다보고는
큰 손으로 나무식탁에 옮겨다 놓은
콩나물해장국 뚝배기에
찬 손을 대고 있으면
콧잔등이 시큰해진다.
어디서 이렇게
따뜻한 위로를 받을 수 있으랴
떨어진 잎들이
정처를 찾지 못해 몰려다니는 창밖은
가을도 다 지나가는데,
사람에게서 위로보다는
상처를 더 많이 받는 날,
해장국 한 그릇보다
따뜻한 사람이 많지 않은 날,
세상에서 받은 쓰라린 것들을
뜨거움으로 가라앉히며,
매 맞은 듯
얼얼한 몸 깊은 곳으로 내려갈
한 숟갈의 떨림에
가만히 눈을 감는 늦은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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