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詩)
그때는 설레었지요. 황인숙 그때는 밤이 되면 설레어 가만히 집 안에 있을 수 없었지요. 어둠이 겹주름 속에 감추었다 꺼내고 감추었다 꺼냈지요, 만물을.... 바람이 어둠 속을 달리면 나는 삶을 파랗게 느낄 수 있었어요. 움직였지요. 삶이 움직였지요. 빌딩도 가로수도 살금살금 움직였지요. 적란운도 숲처럼 움직였지요. 나는 만물이 움직이는 것을 자세히 보려고 가끔 발을 멈췄어요. 그러면 그들은 움직임을 멈췄어요. 그들은 나보다 한 발 뒤에 움직였어요. 달린다, 달린다, 움직인다, 움직인다, 우리는 움직임으로 껴안았지요. 그때는 밤이 되면 설레어 가만히 집 안에 있을 수 없었어요. 바람이 어둠 속을 달립니다. 전신이 팔다리예요. 바람이 자기의 달림을 내 몸이 느끼도록 어둠 속에서 망토를 펄럭입니다. 나는 집 안에서 귀기울여 듣습니다. 바람은 달립니다. 어둠의 겹주름 속을.... 그때는 밤이 되면 설레어 가만히 집 안에 있을 수 없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