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詩)

꽃씨를 닮은 마침표처럼

해륭 2016. 5. 13. 07:37

꽃씨를 닮은 마침표처럼
                        이해인


내가 심은 꽃씨가
처음으로 꽃을 피우던 날의
그 고운 설렘으로
며칠을 앓고 난 후
창문을 열고
푸른 하늘을 바라볼 때의
그 눈부신 감동으로
비 온 뒤의 햇빛 속에
나무들이 들려주는
그 깨끗한 목소리로
별것 아닌 일로
마음이 꽁꽁 얼어붙었던 친구와
오랜만에 화해한 후의
그 티 없는 웃음으로
나는 항상
모든 사람을 사람하고 싶다.
못 견디게 힘든때에도
다시 기뻐하고
다시 시작하여
끝내는 꽃씨를 닮은 마침표 찍힌
한 통의 아름다운 편지로
매일을 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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