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詩)

늙은 어머니의 발톱을 깎아드리며...

해륭 2016. 5. 7. 07:20

늙은 어머니의 발톱을 깎아드리며...
                                 이승하


작은 발을 쥐고 발톱을 깎아드린다.
일흔다섯 해 전에 불었던 된바람은
내 어머니의 첫 울음소리 기억하리라.
이 발로 아장아장
걸음마를 한 적이 있었단 말인가
이 발로 폴짝폴짝
고무줄 놀이를 한 적이 있었단 말인가
뼈마디를 덮은 살가죽
쪼글쪼글하기가 가뭄 못자리 같다.
굳은살이 덮인 발바닥
딱딱하기가 거북이 등 같다.
발톱 깎을 힘이 없는
늙은 어머니의 발톱을 깎아드린다.
가만히 계세요 어머니
잘못하면 다쳐요.
어느 날부터 말을 잃어버린 어머니,
고개를 끄덕이다 내 머리카락을 만진다.
나 역시 말을 잃고 가만히 있으니
한쪽 팔로 내 머리를 감싸 안는다.
맞닿은 창문이
온몸 흔들며 몸부림치는 날,
어머니에게 안기어
일흔다섯 해 동안의 된바람 소리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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