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詩)

빈집

해륭 2015. 10. 5. 08:09

빈집
    기형도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창밖을 떠돌던 겨울안개들아,
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
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
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가엾은 내 사랑 빈집에 갇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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