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詩)

그대에게 가고 싶다.

해륭 2015. 8. 15. 07:37

   그대에게 가고 싶다.
                  안도현
   
해 뜨는 아침에는
나도 맑은 사람이 되어
그대에게 가고 싶다.
그대 보고 싶은 마음 때문에
밤새 퍼부어대던 눈발이 그치고
오늘은 하늘도
맨 처음인 듯 열리는 날,
나도 금방 헹구어낸 햇살이 되어
그대에게 가고 싶다.
그대 창가에
오랜만에 볕이 들거든,
긴~ 밤 어둠 속에서
캄캄하게 띄워 보낸
내 그리움으로 여겨다오.
사랑에 빠진 사람보다
더 행복한 사람은
그리움 하나로 무장무장
가슴이 타는 사람 아니냐.
진정 내가
그대를 생각하는 만큼
새날이 밝아오고,
진정 내가
그대 가까이 다가가는 만큼
이 세상이 아름다워질 수 있다면,
그리하여 마침내
그대와 내가 하나되어
우리라고 이름 부를 수 있는
그날이 온다면,
봄이 올 때까지는
저 들에 쌓은 눈이
우리를 덮어줄
따뜻한 이불이라는 것도
나는 잊지 않으리.
사랑이란,
또 다른 길을 찾아
두리번거리지 않고,
그리고 혼자서는 가지 않는 것,
지치고 상처입고
구멍난 삶을 데리고
그대에게 가고 싶다.
우리가 함께 만들어야 할 신천지,
우리가 더불어 세워야 할 나라,
사시사철 푸른 풀밭으로 불러다오.
나도 한 마리
튼튼하고 착한 양이 되어
그대에게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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