섣달 그믐
토방 아랫목 무명 솜이불 뒤집어 쓴 술독에선
술 익는 이야기가 한창이겠다.
어머님 손 넣어 술 익은 깊이를 보실 테고
장에서 돌아오신 아버님 떡매질하고 있겠다.
떡판 곁엔 올망올망 조카들 쪼그리고 앉아
떡판에서 튀는 떡 조각 주워 먹을 테고,
젯상에 진설 할 유기 그릇 닦고 있을 우리누님
형수님 귓속말에 발그레 홍조 띤 얼굴로
살짝 미소지며 곁눈질하고 있겠다.
새 옷 새 신발 세뱃돈 받을 생각에 잠 못 들던 밤
화롯불에 알밤이 구워지듯 구수하게 잦아드는
잠든 기억 속에 잃어버린 세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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