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詩)

인연이라는 것에 대하여

해륭 2020. 8. 14. 20:01

    인연이라는 것에 대하여
                  김현태 
    
누군가가 그랬습니다.
인연이란
잠자리 날개가 바위에 스쳐,
그 바위가 눈꽃처럼
하이얀 가루가 될 즈음,
그때서야 한 번 찾아오는 것이라고,
그것이 인연이라고,
누군가가 그랬습니다.
등나무 그늘에 누워
같은 하루를 바라보는 저 연인에게도
분명, 우리가 다 알지 못할
눈물겨운 기다림이 있었다는 사실을,
그렇기에
겨울꽃보다 더 아름답고,
사람 안에
또 한 사람을 잉태할 수 있게 함이
그것이 사람의 인연이라고,
누군가가 그랬습니다.
나무와 구름 사이,
바다와 섬 사이,
그리고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수 천, 수 만 번의 애닯고 쓰라린
잠자리 날개짓이 숨쉬고 있음을,
누군가가 그랬습니다.
인연은
서리처럼 겨울담장을 조용히 넘어오기에
한 겨울에도
마음의 문을 활짝 열어 놓아야 한다고,
누군가가 그랬습니다.
먹구름처럼 흔들거리더니
대뜸, 내 손목을 잡으며
함께 겨울나무가 되어줄 수 있느냐고,
눈 내리는 어느 겨울 밤에
눈 위에 무릎을 적시며
천 년에나 한 번 마주칠 인연인 것처럼.
잠자리 날개처럼 부르르 떨며
그 누군가가 내게 그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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