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詩)

섬진강 1

해륭 2020. 8. 10. 21:52

   섬진강 1
         김용택
   

가문 섬진강을 따라가며 보라.
퍼가도 퍼가도 전라도 실핏줄 같은
개울물들이 끊기지 않고 모여 흐르며
해 저물면 저무는 강변에
숯불 같은 자운영꽃 머리에 이어주며
지도에도 없는 동네 강변,
식물도감에도 없는 뜰에
어둠을 끌어다 죽이며
그을린 이마 훤하게
꽃등도 달아준다.
흐르다 흐르다 목메이면
영산강으로 가는 물줄기를 불러
뼈 으스러지게 그리워 얼싸안고
지리산 뭉툭한 허리를 감고 돌아가는
섬진강을 따라가며 보라.
섬진강 물이 어디 몇 놈이 달려들어
퍼낸다고 마를 강물이더냐고
지리산이 저문 강물에 얼굴을 씻고
일어서서 껄껄 웃으며 무등산을 보며
그렇지 않느냐고 물어보면
노을 띈 무등산이 그렇다고
훤한 이마 끄덕이는
고갯짓을 바라보며
저무는 섬진강을 따라가며 보자.
어디 몇몇 애비 없는 후레자식들이
퍼간다고 마를 강물인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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