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어느 노숙인의 기도

해륭 2016. 10. 7. 11:38
      어느 노숙인의 기도 둥지를 잃은 집시에게는 찾아오는 밤이 두렵다. 타인이 보는 석양의 아름다움도 집시에게는 두려움의 그림자 일 뿐... 한때는 천방지축으로 일에 미쳐 하루해가 아쉽고 짧았는데 모든 것 잃어버리고 사랑이란 이름으로 따로 매였던 피붙이들은 이산의 파편이 되어 가슴 저미는 회한을 안긴다. 굶어 죽어도 얻어먹는 한술 밥은 결코 사양 하겠노라 이를 깨물던 그 오기도 일곱 끼니의 굶주림 앞에 무너지고 무료 급식소 대열에 서서 행여 아는 이 조우할까 조바심 하며 날짜 지난 신문지로 얼굴 숨기며 아려오는 가슴을 안고 숟가락 들고 목이 메는 아픔으로 한 끼니를 만난다. 그 많든 술친구도 그렇게도 갈 곳이 많았던 만남들도 인생을 강등 당한 나에게 이제는 아무도 없다. 밤이 두려운 것은 어린 아이만이 아니다. 50평생의 끝자리에서 잠자리를 걱정 하며 석촌공원의 긴 의자에 맥없이 앉으니 만감의 상념이 눈앞에서 춤춘다. 뒤엉킨 실타래처럼 난마의 세월들... 깡 소주를 벗 삼아 물마시듯 벌컥 대고 수치심 잃어버린 육신을 아무데나 눕힌다. 빨랫줄 서너 발 사서 청계산 소나무 에 걸고 비겁한 생을 마감 하자니 눈물을 찍어 내는 지어미와 두 아이가 "안 돼! 아빠 안돼! 아빠 " 한다. 그래, 이제 다시 시작 해야지. 교만도 없고, 자랑도 없고 그저 주어진 생을 가야지. 내달리다 넘어지지 말고 편하다고 주저앉지 말고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그날의 아름다움을 위해 걸어가야지... 걸어가야지... -어느 신문에 기재된 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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