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짓날 기나긴 밤을 한허리 베어내어
춘풍 이불속에 서리서리 넣었다가
어른님 오신날 밤이거든 굽이굽이 펴리라.
이 시조는 황진이가 자신의 파트너이자 ‘당대의 스타’ 이사종을 그리며 지었지요. 이사종은 훤칠한 키의 명창에다 멋진 춤으로 여성들의 애간장을 슬슬 녹이던 무관이었습니다. 한무숙의 소설 《이시종의 아내》에서는 이사종의 부인이 “멋진 춤은 남이 보고, 자신은 종과 떨어진 버선꿈치를 꿰매는 신세”를 한탄하는 장면이 나오지요.
어쨌든 문학가에서는 이 시조가 시간을 공간처럼 절묘하게 다룬 절창이라고 평합니다. 영화 ‘인터스텔라’보다 500년 앞서 시공의 경계를 허물었다고나 할까요? 동양철학에서는 양과 음을 능수능란하게 다루는 솜씨에 감탄합니다. 동지는 1년 가운데 밤이 가장 긴 날이지요. 음의 기운이 가장 성한 날이고요. 그 동지 밤에 여성의 음란한 기운을 떼어내 봄까지 꾹꾹 눌러두었다가 양의 기운과 합치게 한다니….
오늘은 황진이도, 이시종의 아내도 가슴 저몄던 동지입니다. 동지팥죽은 드셨나요? 붉은 팥죽은 양을 상징하기 때문에 음기의 귀신을 쫓기 위해 먹지요. 동지팥죽, 설 떡국을 함께 먹어야 한 살을 더 먹는다는 얘기 들어보셨지요?
팥죽은 겨울날 양질의 영양식이기도 합니다 팥에는 비타민B군과 식이섬유, 칼륨이 풍부하기 때문에 직장인, 수험생, 임부 등의 영양식으로도 그만입니다. 특히 술꾼이 필름이 자주 끊긴다면 자주 드시는 것이 좋습니다.
저는 동지의 또 다른 의미를 강조하려고 합니다. 이날은 음의 기운이 가장 세지만, 바로 이때부터 낮이 다시 길어지기 때문에 동양철학에서는 사실상 새해의 첫날로 쳤습니다. ‘작은설’이라고 불렀지요. 가장 어두울 때가 밝아지기 시작할 때입니다. 혹시 힘든 분이 있다면, 동지에 그 뜻을 떠올리면서 힘내시기 바랍니다. 동트기 직전이 가장 어둡습니다. 그때 비로소 빛이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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