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천명(知天命)♣
나이 ´쉰 살´을 뜻하는 말
정일근
아침에 끓인 국이
저녁에 다 쉬어버렸다.
냄비뚜껑을 열자 훅하고 쉰내가 덮친다.
이 기습적인 불가항력의 쉰내처럼
남자의 쉰이 온다.
일상의 뒤편에서
총구를 겨누던 시간의 게릴라들이
내 몸을 무장해제 시켜놓고 나이를 묻는다.
이목구비 오장육부
나와 함께 사는 어느 것 하나
나이보다 뒤쳐서 천천히 오지 않는다.
냄비에 담긴 국을 다 쏟아버려도
사라지지 않는 쉰내,
냄비를 씻고 또 씻어도 지워지지 않는 쉰내,
이미 늦었다
나의 생은 부패하기 시작했다.
내 심장 가까운 곳에서부터 빠르게 빠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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