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려니....
류영구
그러려니 지내려니
궂은 장맛비가 구질구질
전봇대 광고 위에 내리고
늙은 황소처럼 늘어진 마음속에도 내린다.
줄줄이 흐르던 등허리 땀
조금은 가셔 시원하다마는
몹쓸 놈,
TV에서 울려오는 뉴스 짓거리는
흐느적거리는 혈관에 기름을 붓고
5톤 트럭 수박장수의
비 맞은 숨찬 마이크 소리
바쁘게 돌아가는 도시의 소음
혈관 깊숙이 가시관 하나 더 만들어 놓았다.
눈감고, 귀 막고, 입 닫은
슬픈 조선 며느리의 나직한 눈물이
앞집 담장이덩굴 촉촉한 잎새로 스며든다.
그러려니 지내려니 종일 장맛비 내린다.
- 시집<내시경/2009,엠아이지>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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