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눈깔사탕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해륭 2009. 4. 27. 09:32

벗은 매화나무, 여린 다북솔

떠나온 집 그리워 한숨짓는다.


할머니 주름살 한눈을 팔자

강아지 세 마리 망태기를 넘는다.

 

다북솔 밑 뒤엉킨 강아지

어미 눈물 알기나 할까?


오일장 담벼락에

봄 햇살이 따사롭다.


능주 5일장은 도로에 넘쳐나는 사람들로 북적대고 있었다.

인근에 광업소가 한창이던 옛날에는 제법 큰 장이 서던 곳이었다.

이제는 해거름 판에 소고기 한 근 달랑 들고 비틀거리는 사람조차 없다.


장날은 항상 돈을 사고 정을 사는 잔칫날이었다.

엉덩이 씰룩거리는 돼지를 앞세우고 장으로 향하는 촌로에겐

목돈을 살 희망에 가슴 뻐근했고 남새를 이고 가는 할머니는

눈깔사탕 사다줄 손주녀석 얼굴이 어른거려 발길이 흥에 겨웠다.

돈 바꿀게 없는 삼식이도 포마드 잔뜩 바르고 장으로 나섰다.


오일장에서는 바다를 볼 수 있었고 도회의 공장도 엿볼 수 있었다.

이제 비록 그 옛날의 왁자하던 큰 장이 아니지만 산촌과 어촌이

도란거리기는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고향 집을 들렀더니 장날이란다.

장터 초입 삼거리에 초가지붕을 머리에 이고 있던 주막집은

정육식당으로 바뀌었고 흑백사진 뽑아주던 고향사진관 빛바랜 간판은

그 때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담벼락에는 한데 묶인 매화나무 묘목이 허리를 기대고 서있고  

애기 소나무가 봄볕을 탐하고 있다.

묘목장수는 일찌감치 막걸리 푸러 갔는지 보이지 않고

한 눈 파는 할머니를 놀리 듯 망태기를 뛰어넘은 강아지가

다북솔 밑에서 숨바꼭질한다.


문득 산림녹화를 주창하며 솔가지 하나라도 베어내면 징역 가던

시절이 떠오른다.

초등학교 시절 식목일에는 삽이나 괭이를 들고 나섰다.

언젠가 신작로에 가로수를 심는다며 묘목을 가져오라는

숙제치고는 이상한 숙제가 있었다.

숙직실이 초가지붕이라 지붕을 이을 짚단이 필요하다며 짚단을

가져오게 하는 숙제가 있긴 했지만 묘목을 가져가는 숙제는

난감하기 짝이 없었다.

묘목은 산에 가서 파오기 전에는 해결방안이 없는 까닭이었다.


선생님이 귀띔해준 묘목은 포플러 가지였다.

우리는 포플러 가지를 잘라와 신작로 옆 농수로 가에 질러 박았다.

뿌리도 없는 나뭇가지를 심는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던 나는

싹이 돋아나리라는 기대는 아예 하지 않았다.


밤마다 내가 질러 박은 포플러 가지가 어떻게 되었을까 궁금하여

호롱 불 밑에서 봄밤을 설쳤다.

며칠이 지나 내가 심어 놓은 포플러를 찾아 나섰다.

마을에서 꽤 벗어난 신작로에는 우리가 꽂아놓은 포플러 가지들이

어느새 눈이 터져  여린 잎들이 삐죽이 혀를 내밀고 있었다.

신기한 포플러의 모습에 매료되어 실과과목에 흥미를 느끼던 내 꿈은

멋진 목장을 갖는 것이었다.

실개천이 흐르고 개천가에는 늙은 포플러가 서있는......

이제는 유년의 오래된 꿈이 한낱 꿈이어라.


장터로 비집고 들어설 때마다 은밀한 곳을 구경하러 나서 듯

언제나 가슴에는 야릇한 흥분이 감돈다.

하지만 그 기분도 잠시 벗어나고 싶은 기억이 앞서곤 했다.

신발 가게를 지나고 비단점을 지나면 싸전이 나온다.

싸전에는 돈을 사던 아버지가 있었고

아버지는 국방색 돈주머니를 앞에 차고 거개가 쌀을 되고 있었다.

그런 아버지의 모습이 부끄러워 먼발치에서 엿보다 돌아섰던

철없던 생각이 사치였고 이제는 그 조차도 볼 수없어 서럽다.


장터 어딘가 아버지의 흔적이 묻어 있을 것만 같아 돌아보니

사람은 바뀌었어도 전은 그대로였다.

농기구 전에는 새까만 낫과 괭이가 기역자로 허리를 구부리고 있고

물음표 같은 호미가 하얀 나무 손잡이를 붙잡고 있었다.


장을 돌아 나오며 설탕을 뒤집어쓰고 뒹굴던 오색 눈깔사탕을

찾았으나 끝내 보이지 않았다.

이제는 돌아올 수 없는 그 시절이 추억을 넘어 황혼으로 치닫는다.

장터의 봄은 변함없이 오는데 인생의 봄은 왜 한번만 오는 것일까?

 

~~나의 이야기 같아서 타 카페에서 가져온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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