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소나무를 만나

해륭 2009. 4. 17. 08:29

소나무를 만나
                      박곤걸 
바람을 다스리지 못하겠거든 
산으로 가서 소나무를 만나 
말 대신 눈으로 귀를 열어라.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마음을 
절제하고, 절단하고,
바람이 부는 날 
하늘에다 온몸으로 수화하는 
나무의 설법에 큰절하고 
잘 늙은 소나무가 손짓해 주는 
그 곁에 가서 뿌리를 내려라. 
어느덧 산을 닮아 
푸른 자태가 제격이면 
바람도 솔잎에 찔려 피를 흘린다. 
- 시집"하늘 말귀에 눈을 열고"중에서 -

인디언들은 
이 세상 모든 존재와 생명 
심지어는 무생물의 자연까지 
신성한 그 무엇이 있다고 믿으며 
함부로 대하지 않는다 한다. 
150년전 인디언 추장 '두발로 선 곰'은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단지 
자연 속에서 배우는 것 뿐이며 
그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이다"고 말했다. 
인간의 마음이 자연으로부터 멀어지면 
완고해지고 삭막해지며 
자연에 대한 존경심을 잃으면 
자연 속에 살아있는 것들 또한 
인간에 대한 존경심을 잃게 되며 
결국은 인간으로부터 등을 돌린다고 믿는다. 
대지는 모든 존재의 어머니며 
그들 삶의 근거이자 
나서 돌아가야 하는 곳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그래서 산에서 만난 
늙은 소나무 한 그루가 예사롭지 않은 것도 
그 소나무의 두터운 껍질과 
빳빳한 솔잎 하나에도 
각기 다른 설법이 담겨있음을 믿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가 아닌가 싶다. 
어디 늙고 구불텅한 소나무 뿐이겠는가. 
돌짬 속에 핀 풀꽃 한송이에도, 
쓰러진 촌집 뒷간의 토담을 타고 오르는 
호박넝쿨에서도 귀한 말씀이 깃들어 있는 것.    
바다를 메꾸어 땅을 늘리는 일이나 
강의 물길을 다스려 사람을 이롭게 하겠다는 궁리도 
충분히 그런 자연의 설법을 듣고 난 후에 
삽을 들어도 들었으면 좋겠다. 
당연한 얘기지만 사람도 명백한 자연의 일부다. 
사람이 자연의 설법에 귀 기울일 때의 모습이 
모름지기 저렇거늘 
현실의 자세는 니내없이 
아직 한참은 더 낮추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