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1 -지리산에서/ 신경림 나무를 길러본 사람만이 안다. 반듯하게 잘 자란 나무는 제대로 열매를 맺지 못한다는 것을 너무 잘나고 큰 나무는 제 치레하느라 오히려 좋은 열매를 갖지 못한다는 것을 한 군데쯤 부러졌거나 가지를 친 나무에 또는 못나고 볼품없이 자란 나무에 보다 실하고 단단한 열매가 맺힌다는 것을 나무를 길러본 사람만이 안다. 우쭐대며 웃자란 나무는 이웃나무가 자라는것을 가로막는다는 것을 햇빛과 바람을 독차지해서 동무 나무가 꽃피고 열매 맺는 것을 훼방한다는 것을 그래서 뽑거나 베어버릴 수밖에 없다는 것을 사람이 사는 일이 어찌 꼭 이와 같을까만. - 이명주 편 <국어시간에 시읽기>중에서 - '못생긴 나무가 산을 지킨다.’는 고도원이란 분의 말은 들었어도 잘 생긴 나무 자체가 도움이 안 된다는 직언은 신경림 시인에게서 처음 듣는다. 잘 생긴 나무가 중간에 잘려 나가는 까닭은 그 쓰임새의 우월성 때문이라 여겼는데 열매를 주지 못하거나 다른 나무에게 방해가 된다는 이유도 있다니 뜻밖이다. 그것도 나무를 길러본 사람은 안다고 힘주어 말씀하시는 걸 보면 그냥 지어낸 말은 아닌 것 같다. 어쨌거나 못 생긴 나무는 살아남아 나중에 산을 지킨다는 결어만은 동일하다. 하지만 그건 나무를 어떻게 심고 돌보느냐는 문제와는 다른 내용이다. 부러 못생긴 나무로 키울 수도 없을뿐더러 잘 생긴 나무로 자라게 할 재간도 별로 없다. 다만 어떤 마음으로 나무를 심고 사랑하느냐만 사람의 몫이겠는데, 가령 곧 수용될 땅에다 보상금을 더 받으려 포도묘목을 심고 비닐하우스를 설치하는가 하면 회사의 실적 요구에 대한 압박감 때문에 새 신용카드를 억지로 발급받게 하고선 카드를 수령하면 바로 잘라서 버리라는 직원의 마음으론 잘 나고 못 나고를 떠나 어디 나무가 한 뼘이나마 제대로 자라겠는가. 시인은 시에서 잘난 체하고 거들먹거리는 사람도 나무처럼 그렇게 잘려나갈 수 있기에 알아서들 처신하라는 메시지를 담았는데 실제 상황에선 그게 통할 수도 있고 안 먹힐 수도 있다. 왜냐하면 그 처지가 되면 거짓 나무를 심고 거짓 영업을 하며 남이야 어찌 되건 나만 실속을 챙기고 잘 나가면 그만이라는 사람이 너무나 흔하므로. 누가 누굴 솎아내야 할지 그 대상이 분명치 않아 나무의 법칙이 작동하기엔 지나치게 인간다운(?) 세상이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