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아픈 글

해륭 2009. 3. 25. 08:09
    안녕하세요. 저는 이동통신회사에서 민원을 상담하는 일을 하고 있는 이혜영이라고 합니다. 2년이 훨씬 넘게 많은 고객들과 통화를 하면서 아직까지도 가슴속에서 지워지지 않는 이야기가 있어 이렇게 글을 올립니다. 그날은 비가 많이 오는 날 이였어요. 그 날 따라 불만 고객들이 유난히 많아 은근히 짜증이 나기도 했지요. 하지만 업무의 특성상 서비스업이기 때문에 고객이 소리를 지르거나 욕설을 해도 저희쪽에서 할 수 있는 말이란 "죄송합니다. 더 나은 서비스를 위해서.... 다시 조치하겠습니다" 이런 말 외에 같이 흥분하거나 소리를 지를 수는 없거든요. 그날도 비까지 오는데다가 컨디션도 많이 안좋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제 사정이기 때문에 걸려오는 전화에 제 기분은 뒤로 숨긴 채 인사 멘트를했죠. 목소리로 보아 어린 꼬마 여자였어요. 이혜영 : 정성을 다하겠습니다 **텔레콤 이혜영 입니다. 고 객 : 비밀번호 좀 가르쳐주세요. (목소리가 무척 맹랑하다는 생각을 하며..) 이혜영 : 고객분 사용하시는 번호 좀 불러주시겠어요. 고 객 : 1234-5678이요. 이혜영 : 명의자 성함이 어떻게 되십니까? 고 객 : 난데요. 빨리 불러주세요. (어린 꼬마애가 엄청 건방지군...) 이혜영 : 가입자가 남자분으로 되어 있으신데요? 본인 아니시죠?? 고 객 : 제 동생이예요. 제가 누나니까 빨리 말씀해주세요. 이혜영 : 죄송한데 고객 분 비밀번호는 명의자 본인이 단말기 소지후에만 가능하십니다. 저희가 밤 열시까지 근무하니 다시 전화 주시겠어요? 고 객 : 제 동생 죽었어요. 죽은 사람이 어떻게 전화를 해요? 가끔 타인이 다른 사람의 비밀번호를 알려고 이런 거짓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에 전 최대한 차가운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혜영 : 그럼 명의변경을 하셔야 하니까요 사망진단서와 전화주신 분 신분증 또 미성년자 이시니까 부모님 동의서를 팩스로 좀 넣어 주십시요. 고 객 : 뭐가 그렇게 불편해요. 그냥 알려줘요. 너무 막무가네였기 때문에 전 전화한 그 꼬마 애의 부모님을 좀 바꿔달라고했죠. 고 객 : 아빠 이 여자가 아빠 바꿔 달래. 그 꼬마 애의 뒤로 아빠와 엄마 그리고 그 가입자의 말소리가 들리더군요.. "비밀번호 알려 달라고 그래..." 빨리... 아 빠 : 여보세요. 이혜영 : 안녕하세요. **텔레콤인데요. 비밀번호 열람 때문에 그런데요 명의자와 통화를 할 수 있을까요?? 아 빠 : 제 아들이요?? 6개월전에 사고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콰당??? 그럼 사실이란말야??? 그 때부터 미안해 지더군요. 아무 말도 못하고 잠시 정적이 흐르는데 아빠가 딸에게 묻더군요. 아 빠 : 얘야 비밀번호는 왜 알려고 전화했니?? 딸이 화난 목소리로 엄마가 자꾸 혁이 (그 가입자 이름이 김혁이였거든요)호출번호로 인사말 들으면서 계속 울기만 하잖아. 그거 비밀번호 알아야만 지운단 말야. 전 그때 가슴이 꽉 막혀왔습니다. 아 빠 : 비밀번호 알려면 어떻게 해야합니까?? 이혜영 : 아??? 예... 비밀번호는 명의자만 가능하기 때문에 명의변경하셔야 합니다. 의료보험증과 보호자 신분증 넣어 주셔도 가능 하시구요. 아 빠 : 알겠습니다.. 전 감사합니다로 멘트 종료를 해야함에도 불구하고 저도 모르게.. 이혜영 : 죄송합니다..... 확인후 전화주십시요. 아 빠 : 고맙습니다. 이혜영 : 아...예.... 그렇게 전화는 끊겼지만 왠지 모를 미안함과 가슴 아픔에 어쩔줄 몰랐죠. 전 통화 종료 후 조심스레 호출번호를 눌러봤죠. 역시나 "안녕하세요. 저 혁인 데요 연락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런 식으로 멘트가 녹음 되어있더군요. 전 조심스레 그 사람의 사서함을 확인해 봤죠. 좀 전에 통화한 혁이라는 꼬마 애의 아빠 였습니다. 첫 번째 메시지입니다.... "혁아.... 아빠다.. 이렇게 음성을 남겨도 니가 들을 수 없다는 걸 알지만 오늘은 니가 보고 싶어 어쩔 수가 없구나. 미안하다 혁아 아빠가 오늘 니 생각이 나서 술을 마셨다 니가 아빠 술마시는거 그렇게 싫어했는데. 안춥니? 혁아.... 아빠 안보고 싶어???" 가슴이 메어 지는 거 같았습니다. 그날 하루을 어떻게 보낸 건지... 아마도 그 혁이의 엄마는 사용하지도 않는호출기 임에도 불구하고 앞에 녹음되어 있는 자식의 목소리를 들으며 매일 밤을 울었나 봅니다. 그걸 보다 못한 딸이 인사말을 지우려 전화를 한거구요. 가슴이 많이 아프더군요. 일 년이 훨씬 지난 지금이지만 아직도 가끔씩 생각나는 잊혀지지 않는 이야기입니다. 그 가족들을 위해 부족한 저지만 다시 한번 기도 드립니다. 이젠 혁이 엄마 더는 울지않으시길 그리고 절대로 잊을순 없는거지만 이젠 덮어두시고 편히 사시길... 그리고 제 기도가 하늘에 닿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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